- '동결' vs '인상' 내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식 심의 절차가 4월 22일 시작된다. 이번 심의는 고용노동부가 3월 31일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를 위원회에 전달한 데 따라 열리게 됐으며, 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위원장 선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심의는 90일 이내에 마무리돼야 하며, 법정 시한은 오는 6월 29일이다.올해 심의는 조기 대선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여론과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이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이뤄지는 구조상 정치적 함의가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최저임금과 관련한 각종 입장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업종별·기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공식 언급했으며,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입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이번 심의의 핵심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모아진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30원으로 처음으로 1만 원대를 돌파했으나, 인상률은 1.7%에 그쳐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양대 노총은 아직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해 제시했던 1만 2600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반해 사용자 측은 올해 수준인 1만 30원을 유지하는 ‘동결’ 주장을 고수할 전망이다.이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의 ‘확대 적용’과 ‘차등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배기사, 배달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 형태로 일하면서 기존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최임위에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이들 노동자에 대한 적용 여부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매년 논란의 중심이 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용자위원 측은 일부 영세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해에도 음식점업,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 구체적인 업종을 예시로 들며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을 주장했으나, 논의 끝에 부결됐다. 그러나 올해는 국민의힘이 차등 적용을 공약으로 언급한 만큼, 경영계의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최저임금 심의가 이루어지는 올해는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상호관세’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노동시장 역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과 폐업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사용자 측의 입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반면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저임금 해소 등을 명분으로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제1차 전원회의 개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심의에 임하는 입장과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90일 내 의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 기한 내 의결된 사례는 전체 심의 중 9건에 불과하다. 올해 역시 치열한 노사 대립과 이해관계의 충돌로 법정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7월 중순에는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유가 하락에도 여전히 불안한 경제.."3월 물가 전년비 1.3%↑"
지난 3월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도매상 또는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의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5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32(2020년=100)로, 전월(120.33) 대비 소폭 하락하며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118.82) 대비 1.3% 상승한 수치로, 2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항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0.4% 올랐다. 이는 축산물(1.8%)과 수산물(0.5%)의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특히 돼지고기(6.1%), 달걀(6.8%), 물오징어(19.9%), 게(22.2%)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농산물은 -0.6% 하락했으며, 딸기(-31.2%)와 무(-8.4%)는 가격 하락 폭이 컸다.공산품 부문에서는 1차 금속제품(0.8%) 등이 가격이 오르며 일부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4.3% 하락하며 전체적으로는 보합을 유지했다. 이 가운데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5.7%, -5.8%로 크게 떨어졌다. 서비스 부문은 금융 및 보험 서비스가 -1.5% 하락했지만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가 0.5% 상승하며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분야는 산업용 도시가스(-2.7%)와 증기(-1.1%) 하락의 영향으로 0.2% 내렸다. 이처럼 3월 생산자물가가 보합세를 유지한 배경에는 국제유가의 안정세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이문희 팀장은 “공산품 가운데 일부는 상승했지만, 석유류 제품의 하락 폭이 커 전체 지수는 보합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국내공급물가도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국내공급물가는 국내에 공급되는 수입산 포함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원재료 가격이 -1.0%로 하락했음에도 중간재(0.1%)와 최종재(0.3%) 가격 상승으로 전체 지수는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2.3% 상승했다.특히 원재료 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했지만, 중간재와 최종재의 경우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공급물가는 수입 시점이 아닌 통관 시점을 기준으로 가격을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며 “원유 가격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이 중간재와 최종재 단계에서 반영되면서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한편, 국내 생산품 전반의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공산품 가격이 0.2% 상승했지만,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0.2% 하락했다.종합적으로 보면, 3월 생산자물가는 국제 유가 안정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일부 식료품과 금속, IT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 그리고 환율의 영향으로 물가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특히 플래시메모리(6.1%)와 D램(전년동월대비 191.5%)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의 급등은 전반적인 물가 흐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생산자물가는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2월과 3월에는 보합세로 전환됐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생산자물가 흐름은 이러한 외부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유류세 인하 혜택 두 달 더... 휘발유 10%, 경유 15% 적용
정부가 이달 말인 4월 30일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6월 30일까지 추가로 2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연장 결정은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과 국내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며, 다만 그동안 적용해 온 인하 폭은 일부 조정된다.22일 기획재정부는 국제 유가 추이와 국내 물가 안정 노력, 그리고 정부 재정의 건전성 확보 필요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당초 유류세 인하 혜택을 완전히 종료하는 방안까지도 신중하게 검토했으나, 서민과 자영업자 등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갑작스럽게 가중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인하 폭을 일부 축소하는 선에서 연장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는 2021년 11월, 당시의 급격한 국제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연장되어 온 정책이다.이번 유류세율 조정에 따라 5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인하율은 휘발유의 경우 기존 15%의 인하율이 10%로 축소된다. 경유와 LPG 부탄의 인하율은 기존 23%에서 15%로 조정된다. 이는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리터당 가격 인하 효과가 휘발유는 122원, 경유는 133원, LPG 부탄은 47원이었던 것에서, 5월 1일 이후에는 휘발유 82원, 경유 87원, LPG 부탄 30원으로 변경됨을 의미한다. 즉, 유종별로 리터당 약 40원에서 46원가량의 세금 감면 폭이 줄어드는 것이다.기획재정부는 이번 유류세율 조정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관련 법령인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의 개정 절차에 착수한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한 후 다음 달 1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예정이다.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율 조정이라는 변화를 틈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매점매석 행위를 엄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고시를 신속히 시행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석유 제품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도하게 반출하는 행위 등을 명확히 금지한다. 또한 필요시 석유제품의 반출량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후속 조치도 마련한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소비자원 및 전국 각 시·도에서 오는 7월 31일까지 접수한다. 기획재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 ‘초저가 화장품 전쟁'..다이소·편의점 이어 이마트 참전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초저가 화장품’ 시장이 새로운 성장 축이자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 그리고 대형마트 1위 사업자인 이마트까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한 소비 트렌드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5000원 미만의 화장품을 앞세워 소비자 발길을 끌어오고 있다.이마트는 21일 LG생활건강과 손잡고 단독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은 스킨케어 5종, 스페셜케어 3종 등 총 8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콜라겐, 바쿠치올, 글루타치온 등 피부 탄력과 브라이트닝에 효과적인 성분을 담았다. 가격은 모두 4950원으로 동일하게 책정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해당 제품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자사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판매된다.이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이 2005년부터 운영해온 자연주의 브랜드 ‘비욘드’의 세컨드 브랜드로, 이마트와 LG생건이 함께 가성비 중심 소비자를 겨냥해 재편한 결과물이다. 이마트가 먼저 초저가 화장품 협업을 제안했으며, LG생건은 기존 비욘드 브랜드의 이미지와 유통 채널 친화성을 감안해 협업에 응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측은 “초저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 반응에 따라 향후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마트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 속에서 지난해부터 초저가 전략과 매장 리뉴얼 등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협업 역시 오프라인 유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화장품은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여성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대형 유통채널들이 주목하는 배경에는 다이소의 고공 성장세가 있다. 다이소는 수천 원대 가격으로 구성된 초저가 화장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다이소의 매출은 3조9689억 원, 영업이익은 37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7%, 41.8% 증가했다. ‘VT(리들샷)’, ‘손앤박(컬러밤)’, ‘태그(쉐딩, 쿠션)’ 등 인지도 있는 브랜드 제품이 입점하면서 품절 대란까지 이어졌다. 다이소의 뷰티 제품 매출 신장률은 144%에 달하며, 현재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만 60개, 제품 수는 500여 개를 넘는다.이 같은 흐름에 편의점 업계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기존에는 여행이나 긴급 상황에서 주로 구매되던 편의점 화장품이 이제는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를 앞세워 본격적인 소비 대상이 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화장품 매출이 46% 증가했으며, 3000원대 기초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무신사의 PB브랜드 ‘위찌’와 손잡고 색조 화장품 테스트 판매에 들어가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주요 점포에는 뷰티 특화 매대를 설치해 체험과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CU도 지난해부터 ‘엔젤루카’와 협업해 기초 화장품을 선보였고, 올해 들어 색조 라인까지 확장했다. 립틴트와 립글로스를 파우치형으로 출시해 휴대성과 실용성까지 고려했다. 가격은 모두 3000원으로 책정돼 초저가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이처럼 대형마트, 편의점, 생활용품점까지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기존에는 중소 뷰티 브랜드에 의존하던 저가 시장에 이제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품질과 신뢰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초저가 제품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시장이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양극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업계는 이제 가격과 품질, 유통 채널을 아우르는 초저가 화장품 경쟁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 공급 과잉·통상 압력·탄소중립... 위기의 철강 거인들 '전례 없는 맞손'
국내 철강 1·2위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신규 전기로 제철소를 공동 투자하며 이례적인 '오월동주(吳越同舟)'식 협력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가능성 등 예측 불가능한 통상 환경과 글로벌 공급 과잉, 국내 수요 부진 등 복합적인 위기를 함께 넘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포스코홀딩스와 현대차그룹은 21일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맺고 이 같은 내용을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인 현대제철이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는 연산 270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에 포스코가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지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포스코가 이 합작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일부 판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합작은 총 58억 달러(약 8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제철소 투자금 중 절반가량을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는 현대제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25%의 철강 관세를 피해 북미 생산 거점 마련이 절실해진 포스코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간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던 업계 1·2위 기업이 전격적으로 동업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한국 철강 산업, 나아가 우리 산업계 전반을 둘러싼 심각한 도전에 따른 위기의식 심화가 두 그룹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년간 한국 철강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 심화, 국내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환경 규제 강화 속에서 사업 침체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38.5%, 60.6% 급감하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장상식 원장은 이번 협력 결정이 "철강 산업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며, "글로벌 공급 과잉,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 압력, 그리고 탄소중립으로의 대전환이라는 복합적인 외부 요인에 직면하며 업계 선두 기업들이 협력하여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동맹 결성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 철강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두 기업의 협력은 한국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양 그룹은 미국 제철소 공동 투자 외에도 저탄소 철강 개발, 이차전지 소재 등 전략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모색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철강 분야에서는 신규 제철소 건설 합작 외에도 탄소 저감 철강 생산을 위한 효과적인 탄소중립 전환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이 분야에서는 포스코그룹이 국책 연구 과제이기도 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현대제철과의 기술 협력이 기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을 안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같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아울러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분야 협력 강화 방향도 눈길을 끈다. 양측은 리튬에서 양·음극재 등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경쟁력과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기술력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공급망 구축과 차세대 소재 개발 분야 등 지속 가능한 협업 지점을 찾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협력이 "기존 업계 선두 기업 간의 합병이나 특정 프로젝트 협력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사의 존망이 달린 핵심 사업 영역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제휴가 국내 철강 대기업들이 심화된 위기를 공동으로 타개하려는 중요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 '햄 1.5배, 국산 재료만 고집'... 컬리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까?
컬리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자체 브랜드(PB) '차려낸'을 통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과 품질은 프리미엄급인 간편식 라인업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정보우 컬리 가정간편식 그룹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가성비 있는 간편식이라면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과 품질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고객들에게 '가격이 저렴해도 맛과 품질이 믿을 수 있는 간편식도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라고 '차려낸' 브랜드의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차려낸'은 컬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간편식 전용 PB 브랜드다. 지금까지 컬리는 식재료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아우르는 일반 PB로 간편식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간편식에만 집중한 별도의 브랜드를 론칭함으로써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차려낸' 제품 개발의 핵심 원칙은 단순했다. 타사의 동일 가격대 상품과 비교해 단 하나라도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그룹장은 "부대찌개는 고객들이 햄과 베이컨이 풍성한 걸 좋아해 경쟁 상품보다 1.5배 더 들어갔고, 명태 회냉면은 타사에선 명태회와 고춧가루를 중국산으로 쓰는데 저희는 국산으로 맞췄다"며 "동일 가격대에서는 고객들에게 양이든 맛이든 최소한 하나 정도의 차이를 줘 만족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제품 포장에도 차별화 전략을 적용했다. 다른 밀키트 제품들이 기본 조리 방법만 안내하는 것과 달리, '차려낸' 제품 포장에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이 요리 블로그처럼 상세히 적혀 있다. 소불고기 전골은 달걀을 풀어서 찍어 먹길 권하고, 냉메밀소바는 살얼음 육수로 먹는 방법 등이 설명돼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모든 제품은 김슬아 컬리 대표의 까다로운 품평회를 통과해야 출시된다. 정 그룹장은 "단순 시식회가 아니라 재료 상태부터 성분·함량까지 모든 걸 따진다. 냉메밀소바는 15번 했고, 부대찌개·소불고기는 통과까지 4개월 걸렸다"며 "업체가 준 걸 그대로 PB로 만든 게 아니라 상품기획자(MD)부터 대표까지 모두가 맛보고 한 땀 한 땀 노력해서 만든 상품들"이라고 말했다.현재 '차려낸'은 △비법 양념 서울식 소불고기전골 △햄 가득 송탄식 부대찌개 △살얼음 육수 냉메밀소바 등 3종을 판매 중이다. 컬리는 올해 안에 일식, 국·탕·찌개, 튀김·전, 밥류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30여 종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중식·양식·아시안식 등을 포함해 100종 이상으로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컬리는 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간편식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컬리의 HMR 매출은 매년 15~20%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HMR 매출 실적은 2022년 수준보다 7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장기적인 목표는 간편식 업계의 '커클랜드(KIRKLAND)'가 되는 것이다. 코스트코의 PB 브랜드인 커클랜드는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이 좋아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하는 브랜드로, 그 가치는 코스트코 전체 브랜드 가치의 절반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다.정 그룹장은 "컬리가 고객들에게 오래 사랑받고 성장하려면 결국 커클랜드처럼 10년, 20년이 지나도 '아, 이건 믿을 수 있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며 "'차려낸'이 계속 인정받고 오래 갈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아 제가 죽어도 이 브랜드가 남아있는 수준까지 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오픈런첫날부터 구름 인파
이마트는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푸드마켓 형태의 매장인 '고덕점'을 오픈하며, 도심형 매장 모델의 확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푸드마켓은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점에서 처음 도입한 식료품 특화 매장으로, 비식품 비중을 줄이고 신선식품과 델리 제품에 집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고덕점은 이마트의 전통적인 대형마트와는 다른 점포 모델로, 고객들의 쇼핑 패턴과 상권 특성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다.고덕점의 오픈 첫날, 개점 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생겼을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방문을 기다렸다. 이마트는 고객의 쇼핑 편의를 고려해 매장 오픈 시간을 10분 앞당겨 문을 열기도 했다. 고덕점은 고덕신도시와 송파, 잠실,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을 배후 상권으로 두고 있어, 30대에서 40대까지의 주거 및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층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덕점은 강동구의 고덕비즈밸리 내 쇼핑몰에 위치해 있어 2030대 젊은 층의 유입도 기대된다.이마트는 고덕점의 매장 규모를 기존 이마트 점포보다 작게 설정했다. 고덕점의 전체 면적은 약 4925㎡(1490평)로, 그 중 약 1100평은 이마트가 직영으로 운영하며, 약 95%인 1050평은 신선식품과 델리 상품으로 채워졌다. 이 매장에 진열된 식료품 상품은 1만 3000개로, 이는 이마트 전국 점포 중에서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특히, 삼겹살, 손질 오징어, 전복, 애호박 등 기본적인 신선식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며, 고객들에게 가성비 높은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이마트는 고덕점에서 2030대 고객을 겨냥해 다양한 특화존을 선보였다. ‘글로벌 가든’에서는 유럽 채소와 수입 과일을, ‘자연주의’ 존에서는 유기농, 저탄소, 동물복지 상품을 모아 선보였다. 이러한 특화존은 건강과 환경을 중요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며, 친환경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마련됐다. 또한, 고덕점은 축산과 수산 코너에서도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한다. 이마트는 처음으로 프리미엄 국산 흑돼지 3종인 'K-흑돼지 존'을 도입했고, 연어 상품을 모은 ‘연어의 모든 것’ 코너를 마련하여 고급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상품군을 강화했다.델리 부문도 강화되어, ‘테이스티 픽’ 코너에서는 인근 직장인들을 겨냥해 저렴한 가격으로 '오늘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대는 모두 7000원 이하로 책정되었으며, 가성비 좋은 메뉴를 찾는 직장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다. 또, 치즈 전문 코너인 ‘치즈 플리즈’에서는 300여 종의 다양한 치즈를 판매하고, 매일 직접 구워내는 베이커리 코너인 ‘밀&베이커리’도 운영된다. 또한, 미니 편집숍 ‘스위트 스트리트’에서는 다양한 수입 젤리와 비스킷을 선보여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이마트는 고덕점에서 비식품 상품을 대폭 줄이고, 대신 식료품에 집중하며 매장을 구성했다. 비식품 제품은 헤어케어와 같은 기능성 제품군으로 한정되었고, ‘두피 및 탈모 케어 존’을 운영하며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였다. 또한, 4950원의 가성비 높은 화장품과 LG생활건강과 협업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라는 공동 브랜드 상품을 출시하여,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고덕점은 비식품에 대한 수요가 적은 점을 반영하여,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가 채워지는 형태로 운영된다. ‘노브랜드’는 62평 규모로 입점하여, 가격대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1100개의 제품을 선보인다.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은 대형마트와는 다른 점포 모델로, 점포 규모를 줄이고 기존 건물에 임대 형태로 입점해 운영비를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다양한 상권에 맞춰 푸드마켓, 창고형 할인점, 쇼핑몰 형태의 점포를 출점할 계획이다. 푸드마켓은 특히 도심형 매장으로서, 신선식품과 특화된 상품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선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앞으로도 푸드마켓 포맷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그로서리 쇼핑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매장 모델을 혁신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이마트는 고덕점 오픈을 기점으로, 도심형 매장 모델의 확장에 나서며, 고객의 변화하는 쇼핑 패턴과 선호도를 반영한 매장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푸드마켓은 앞으로도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하며,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한은 '금리 또 동결'..환율·부동산 때문에 속도 조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17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경기 부진이라는 경제 전반의 침체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들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1분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부진했고, 글로벌 교역 환경 악화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과 함께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이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보다는 ‘관망’의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융·외환시장에서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고,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주택거래 증가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특히 “높은 환율 변동성은 금융안정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실제 원/달러 환율은 최근 극심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 발표 직후 환율은 하루 새 33.7원 급등했고, 이후 9일에는 1484.1원으로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호 관세 유예 소식이 전해지며 1420원대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1416.0원으로 거래를 시작하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여전하다. 이 총재는 평소 환율의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자체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결정 역시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또 다른 금리 동결의 배경은 가계부채다.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 거래가 급증했고,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승인도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월에 9000억원 줄었던 가계부채는 2월 들어 4조2000억원이나 늘었고, 3월에도 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는 3조4000억원가량 증가해 가계부채 전반의 구조적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14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1000억 원 이상 늘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은은 일단 금리를 유지한 채 다음 행보를 유보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여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은 5월 초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포워드가이던스(정책 방향 예고)를 통해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명확히 해야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도 한국은행의 결정을 미루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4월 경제상황 평가’ 자료에서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여건도 악화되면서 성장세가 기존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한은은 향후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회복과 민간 소비, 투자를 자극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달 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까지 두 차례 하향했고, 리서치 전문기관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0.9%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한은 역시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한 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무역협상 전개 양상과 추경의 시기·규모 등으로 인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결국 이창용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다음달 열릴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며, 6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 일정상 5월이 금리 정책 조정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요즘 부자들 자산 분산법 "안전자산이 최고"
국내 자산가들의 투자 전략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이른바 ‘부자’들 사이에서는 실물 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며, 금과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부동산 임대업에 종사하는 A씨는 최근 1억원 상당의 골드바를 매입했다. 그는 “주식이나 부동산만 들고 있는 건 위험하다”며 “예측할 수 없는 경제 상황에 대비해 금을 확보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물 자산을 넘어 금과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16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자산가 10명 중 7명 이상(74.8%)이 올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62.8%였던 수치보다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2023년 12월 한 달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응답자 3010명 가운데 부유층은 884명이 포함됐다.특히 이들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더욱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체 부유층의 63.9%는 올해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불확실성이 짙어진 경제 환경 속에서 부자들의 자금은 점차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 의향이 가장 높은 자산은 예금으로 40.4%에 달했고, 이어 금(32.2%), 채권(32%)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익률이 낮은 안전자산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어렵다고 판단한 부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가상자산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TF에 대한 투자 의향은 29.8%, 주식은 29.2%, 가상자산은 17.9%를 기록했다. 부동산은 이보다 낮은 20.4% 수준에 머물렀다.실제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부자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2023년 9.9%였던 보유 비율은 지난해 13.6%로 증가했다. 자산군별 선호도에서 가상자산은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이 같은 성장세는 새로운 자산 트렌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이하의 젊은 부자층, 이른바 ‘영리치’들은 비교적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해외 주식과 가상자산에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드러냈다. 이들의 주식 보유율은 78%로 50대 이상 부유층(66.4%)보다 높았고, 전체 주식 중 해외주식 비중은 30%로 고령층(20%)보다 우세했다.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이들도 있었다.가상자산 보유율 역시 영리치는 29%에 달해 50대 이상 부자(10%)의 거의 세 배에 이른다. 영리치의 적극적인 투자 행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도 정보 접근성과 리스크 수용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부유층을 넘어 중상층까지 포함해보면,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뚜렷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층과 중상층을 합친 집단에서 가상자산 보유 비중은 2022년 12%에서 2024년에는 18%로 증가했다. 평균 투자 금액은 약 4200만원이며, 가상자산을 4종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전체의 34%에 달했다. 단일 종목에 목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분할 매수하는 ‘수시 매입’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하나금융연구소 황선경 연구위원은 “부자들이 대내외 경제 및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8.3%)은 올해 금융 투자 수익률로 연 5~10%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부자들의 이 같은 투자 전략 변화는 고정된 자산군에 의존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젊은 부자층의 행보는 기존 자산관리 방식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산가들의 움직임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추경 실속만 콕 집어 12조 원 푼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12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은 재해·재난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당초 10조원 수준으로 언급됐던 추경안은 복합적인 국내외 위기를 반영해 2조원가량 증액됐다. 이는 재정 투입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확보해 경기 둔화, 글로벌 통상 갈등, 첨단 기술 경쟁 등 위기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 편성 방침을 발표하며 "이번 추경은 시기와 실효성이 중요하다"며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재해·재난 대응에 3조원 이상, 통상 및 AI 산업 경쟁력 강화에 4조 원 이상, 민생 지원에 4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우선 산불 피해 복구와 여름철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대응 예산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인 약 1조원 규모의 재해대책비를 포함해 총 3조 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중·대형 산림헬기 6대, AI 감시카메라 30대, 드론 45대, 다목적 산불 진화차 48대 등의 첨단 장비 도입과 예비비 확보를 위해 추가 2조 원이 투입된다.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첨단산업 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예산도 4조 원을 넘는다. 수출 부진과 관세 피해에 직면한 기업에 정책자금 25조 원을 신규 공급하고, 수출바우처 지원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해 수출 회복을 뒷받침한다. 반도체와 AI 분야 인프라와 연구·개발(R&D)에도 2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특히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용인·평택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등 인프라 비용 중 기업 부담의 70%를 국가가 지원하고, AI 혁신펀드는 기존 9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만 이번 추경을 통해 5000억원을 직접 배정했다.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국비 지원 한도를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보조금 신설 및 저리대출 3조 원 공급 등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한다. 고성능 AI 반도체 실증 장비도 연내 2대 추가 도입되며, 공동 연구 프로그램과 반도체 아카데미 전국 확대를 통해 인재 확보도 강화할 예정이다.민생 지원 부문에도 약 4조원이 배정된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 중심이다. 소상공인에게는 연간 50만원 상당의 ‘부담경감 크레딧’이 제공되어 공공요금과 보험료 납부에 활용할 수 있으며, 카드 소비 증가분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상생페이백’ 사업도 신설된다. 연매출 30억 원 이하 사업자가 대상이다. 아울러 저소득 청년과 최저 신용자 등에게 정책자금 2000억 원을 추가 공급해 생활 안정을 지원한다.다만 이번 추경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야당은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는 대로 증액 심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적정 추경 규모를 15조 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적정 규모로 15조~20조 원을 언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포함한 최대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주장해 왔다.정부는 이러한 정치권의 입장 차이를 의식해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분야만 우선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번 추경은 경제에 꼭 필요한 분야에 선별적으로 집중된 예산”이라며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국회의 빠른 처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