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제친 SK하이닉스, AI 수요 폭발로 반도체 시장 지배
SK하이닉스가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성과를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확립했다. 이 회사는 매출 17조6391억 원과 영업이익 7조4405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와 157.8% 증가한 수치로, 역대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특히, D램 수익성 개선이 실적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과 인공지능(AI) 수요의 증가가 이끌었다.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했지만, D램 부문에서는 수익성 높은 제품들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D램의 매출 비중은 74%에서 80%로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가 증가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회사는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HBM3E(5세대) 출하량의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올해 HBM 시장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측은 HBM 시장의 급성장을 나타내며, SK하이닉스는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회사는 HBM4를 내년부터 주력 제품으로 삼고, 이를 조기 양산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HBM4는 AI와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필수적인 부품으로, 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SK하이닉스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등 대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미국 고객향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지만, 실제로 선적되는 물량에서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러한 대외적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며 공급망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AI 메모리 수요의 급증도 SK하이닉스에게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 딥시크와 같은 오픈소스 기반의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이 공개되면서, AI 개발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며, 고용량 D램과 HBM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DDR5 기반의 고용량 모듈 수요 증가를 경험했으며, 올해에도 AI 모델 개발 증가에 따라 고용량 DIMM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SK하이닉스는 생산설비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주 M15X 공장은 HBM 전용 생산시설로서, 이 시설의 가동은 2024년 4분기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회사는 설비 투자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HBM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용인 1기 팹의 경우, 2027년 2분기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M15X는 올해 4분기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고, 시장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대해 "AI 메모리 중심의 고수익 포트폴리오가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는 SK하이닉스가 D램 기술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고수익 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HBM4와 같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조기 양산하며, AI와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핵심 부품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SK하이닉스는 2024년 1분기 실적을 통해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HBM4의 조기 양산과 청주 M15X 공장의 가동, 그리고 AI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전략이 회사의 미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 한미, 첫 통상협의서 '협의 틀' 마련.."방위비·FTA 언급 없었다"
한국과 미국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조치'가 종료되는 7월 초까지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 간의 여러 경제적 이슈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차기 한국 대통령 선거(6월 3일) 이후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협의는 워싱턴 DC에서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협의에서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 모두에 이득이 되는 '상호호혜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최 부총리는 양측이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7월 패키지'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세, 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환율 정책 등 4개 주요 분야에서 협의를 진행할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번 협의에서 양국 간의 인식 공유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며, 협의가 차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한미 간의 포괄적 합의는 차기 한국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국은 또한 산업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간 실무 협의를 개최하고, 내달 15일부터 이틀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그리어 대표와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 간에 별도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미국 측이 환율조작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이는 미국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 부총리는 이날 협의에서 한국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 투자, 조선,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의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면제나 예외 조치를 요청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 대한 우려가 컸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협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협의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한미 교역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상호 기여 방안도 논의됐다. 그는 협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와 관련된 사항도 협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안 장관은 한국 대선 이후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때까지 합의하는 것이 협상의 목표치"라고 답하며, 일부 이슈가 합의된다고 해서 먼저 시행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이번 협의는 양국 간 협의 과제를 좁히고, 논의 일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최 부총리는 "신속한 협의가 이루어진 데 대해 양측이 환영하며, 차분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협의는 미국 재무부 청사에서 오전 8시부터 9시 25분까지 진행되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은 없었다. 양측은 이날 협의에서 기념주화를 주고받기도 했다.한미 간의 경제 협력은 앞으로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총리는 "양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의는 한국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패키지 합의'의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하며, 양국 간의 경제적 관계는 더 긴밀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 '4분기 연속 0.1% 미만 성장'...IMF 위기 때도 없던 경제 참사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하며 저성장을 넘어 침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 역성장(-0.2%)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1년간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렀으며, 경제성장률이 네 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과거 경제위기 때도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이다.특히 우려되는 점은 1분기에 주요 지출 항목이 모두 전기 대비 감소했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져 국내총생산에서 비중이 큰 건설투자는 작년 2분기부터 매 분기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기 대비 감소율은 -3.2%,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2%에 달한다. 건설투자 부진은 매 분기 성장률을 0.3~0.6%포인트씩 갉아먹고 있다.한국은행은 "건설은 고금리 시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미분양 증가, 주요 원자재값과 인건비 급등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1년간 성장의 발목을 잡은 핵심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뜨거웠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민간소비도 지난해 3·4분기 반등(0.5%·0.2%)했다가 다시 주춤(-0.1%)했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했던 내구재 소비의 기저효과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목돈 지출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그간 성장률을 꾸준히 받쳐온 설비투자(-2.1%)와 수출(-1.1%)도 부진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수출 품목이 감소했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철강·석유화학 등의 수출이 줄었다. 에너지와 원자재·중간재 수입도 동시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불황형 성장' 덕분에 성장률 하락을 일부 상쇄했다.정부 소비(0.0%포인트)와 투자(0.1%포인트)의 성장 기여도는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가 선제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지 않고, 재정 조기 집행에만 매달린 결과라고 지적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정국 혼란이 성장세 악화를 더했다. 신규 부양책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속에 더딘 예산 집행이 충격을 키웠다"고 말했다.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4월에도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는 20년 장기 평균선(100)을 밑돌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진 점이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미국 관세로 인한 부정적 충격이 본격적으로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차 안에서 빨래까지?!... LG가 선보인 '슈필라움'의 충격적 기능들
LG전자가 '2025 월드IT쇼(WIS)'에서 미래 가정의 모습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회에서 LG전자는 '공간·미래·연결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생활공간을 구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AI 스퀘어'는 관람객들이 LG전자의 최신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AI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차량과 결합한 콘셉트카 '슈필라움'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놀이 공간'이라는 뜻의 독일어 슈필라움은 자동차 내부에 LG전자의 맞춤형 가전을 접목한 AI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다양한 가전과 가구를 조합할 수 있어 미래 이동수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LG AI홈'은 거실, 부엌, 세탁실을 연출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3인 가족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날씨에 맞는 옷을 추천하고, 씻을 때 적절한 수온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등 AI 기술이 적용된 가정의 모습을 미니어처 모형 집과 투명 올레드 디오라마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투명 올레드 기술을 활용한 디오라마는 관람객들에게 마치 실제 집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아이 방으로 꾸며진 'LG 이동형 AI홈 허브' 공간에서는 자녀가 AI와 교류하며 잠이 드는 미래의 취침 루틴을 소개한다. 프로젝트명 'Q9'으로 불리는 이동형 AI홈 허브는 공감지능을 기반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사용자의 목소리와 표정, 말투를 분석해 감정까지 파악하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다. 이를 통해 아이에게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등 창의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전시장 한편에는 가상 페르소나 '에릭'이 소개하는 TV의 AI 기능과 스탠바이미2를 액자로 활용한 미래형 갤러리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LG 시네빔 큐브, 시네빔 쇼츠, 무드메이트 등을 통해 몰입도 높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되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이번 전시회에서는 LG전자의 신제품인 스마트모니터 '스윙'도 최초로 공개되었다. 높낮이와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모니터암 디자인에 대화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편리한 터치 기능까지 갖춘 이 제품은 기존 모니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개념 스마트모니터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 생활의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운동화 유행에 구두업계 휘청... 실적 '뚝'
더 이상 정장에 구두, 치마에 하이힐이라는 공식은 절대적이지 않다. 편안함을 앞세운 운동화와 스니커즈가 일상복은 물론 격식을 갖춘 복장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전통적인 구두를 주력으로 삼아온 국내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 확산과 함께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패션 트렌드가 확산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구두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형지에스콰이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490억 원으로 전년 733억 원 대비 33.1%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61% 줄어 11억 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17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무려 90% 이상 폭락했다.탠디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1028억 원으로 전년(1132억 원) 대비 9.2% 감소했으며, 소다와 미소페 브랜드를 운영하는 비경통상도 각각 18.1%, 12.4%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명품 구두 브랜드인 지미추코리아의 매출이 소폭(1.5%) 증가에 그친 것 역시 구두 시장 전반의 침체 분위기를 반영한다.이처럼 구두 기업들의 매출이 뚝 떨어진 배경에는 패션 트렌드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한다. 원마일웨어, 이지웨어, 애슬레저룩 등 편안하고 활동적인 의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어울리는 신발, 즉 운동화와 스니커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은 '편안함'을 최우선 가치로 만들었고, 사무실 복장 규제 완화는 구두의 설 자리를 더욱 좁혔다.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하이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불편함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하이힐을 외면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푸마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4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고, 아식스코리아는 같은 기간 31.0%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147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편안한 신발을 찾는 소비자들이 구두 대신 운동화로 발길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구두 외면 현상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발 산업 전체 매출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애슬레저 스니커즈 등 라이프스타일 슈즈 매출은 3% 증가한 반면 패션 신발 매출은 3% 하락했다. 심지어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이름을 딴 하이힐 브랜드 SJP가 11년 만에 폐업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구두 중에서도 발이 비교적 편한 플랫슈즈나 메리제인슈즈 등은 지난해 9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편안함'이라는 키워드가 구두 시장 내에서도 중요해졌음을 시사했다.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트렌드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편안함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았고, 애슬레저와 젠더 뉴트럴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실용적인 신발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전통 구두 기업들은 변화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편안함과 디자인을 모두 잡는 새로운 형태의 신발 개발이나 브랜드 이미지 변신 없이는 구두업계의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 농심, 사우디에 'K-스마트팜' 깃발 꽂다
농심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립농업연구센터에서 'K-스마트팜 중동 수출 거점' 조성을 위한 시범 온실 착공식을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착공식은 지난해 7월 농심이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체결한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사우디아라비아에 구축하고 운영함으로써, 국내 스마트팜 산업의 중동 지역 진출을 활성화하는 것이다.농심은 중소기업 3개 사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한국 기업을 대표하여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시범 온실 착공식을 통해 중동 지역에서 K-스마트팜의 우수성을 선보이게 된다. 착공식에는 사우디 물환경농업부의 알 압둘라티프 차관보와 알 무샤이티 차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문병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 대리,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 황청용 농심 부사장이 함께 자리했다.농심은 오는 12월까지 약 2,000㎡ 규모의 스마트팜을 완공할 계획이며, 이 스마트팜은 '수직농장'과 '유리온실' 두 가지 모델로 조성될 예정이다. 수직농장에서는 프릴드아이스, 케일 등 엽채류를 재배하고, 유리온실에서는 방울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등 과채류를 재배할 계획이다. 중동 지역에서 단맛을 선호하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반영하여, 쓴맛이 덜한 엽채류와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과채류 품종을 중심으로 생산될 예정이다.농심은 현지 파트너사의 기존 유통망을 통해 이번에 생산된 작물을 우선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며, 향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유통매장인 까르푸, 루루 하이퍼마켓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 눈(Noon) 등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심은 중동 시장에서 스마트팜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관련 산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농심의 스마트팜 프로젝트는 현지 맞춤형 스마트팜 패키지를 안정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작물 연구 및 가공, 유통 판매 등 스마트팜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심은 중동 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농심은 이미 2022년 오만에 첫 번째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그 후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와 스마트팜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갔다. 이후, 농심은 지난해 한국 정부의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이번 리야드 국립농업연구센터에서의 스마트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이번 사업을 통해 농심은 스마트팜의 우수성을 중동 시장에 널리 알리고, 중동 및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팜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지 시장의 요구에 맞춘 스마트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동결' vs '인상' 내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식 심의 절차가 4월 22일 시작된다. 이번 심의는 고용노동부가 3월 31일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를 위원회에 전달한 데 따라 열리게 됐으며, 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위원장 선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심의는 90일 이내에 마무리돼야 하며, 법정 시한은 오는 6월 29일이다.올해 심의는 조기 대선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여론과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이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이뤄지는 구조상 정치적 함의가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최저임금과 관련한 각종 입장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업종별·기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공식 언급했으며,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입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이번 심의의 핵심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모아진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30원으로 처음으로 1만 원대를 돌파했으나, 인상률은 1.7%에 그쳐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양대 노총은 아직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해 제시했던 1만 2600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반해 사용자 측은 올해 수준인 1만 30원을 유지하는 ‘동결’ 주장을 고수할 전망이다.이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의 ‘확대 적용’과 ‘차등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배기사, 배달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 형태로 일하면서 기존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최임위에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이들 노동자에 대한 적용 여부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매년 논란의 중심이 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용자위원 측은 일부 영세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해에도 음식점업,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 구체적인 업종을 예시로 들며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을 주장했으나, 논의 끝에 부결됐다. 그러나 올해는 국민의힘이 차등 적용을 공약으로 언급한 만큼, 경영계의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최저임금 심의가 이루어지는 올해는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상호관세’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노동시장 역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과 폐업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사용자 측의 입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반면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저임금 해소 등을 명분으로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제1차 전원회의 개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심의에 임하는 입장과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90일 내 의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 기한 내 의결된 사례는 전체 심의 중 9건에 불과하다. 올해 역시 치열한 노사 대립과 이해관계의 충돌로 법정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7월 중순에는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유가 하락에도 여전히 불안한 경제.."3월 물가 전년비 1.3%↑"
지난 3월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도매상 또는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의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5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32(2020년=100)로, 전월(120.33) 대비 소폭 하락하며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118.82) 대비 1.3% 상승한 수치로, 2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항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0.4% 올랐다. 이는 축산물(1.8%)과 수산물(0.5%)의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특히 돼지고기(6.1%), 달걀(6.8%), 물오징어(19.9%), 게(22.2%)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농산물은 -0.6% 하락했으며, 딸기(-31.2%)와 무(-8.4%)는 가격 하락 폭이 컸다.공산품 부문에서는 1차 금속제품(0.8%) 등이 가격이 오르며 일부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4.3% 하락하며 전체적으로는 보합을 유지했다. 이 가운데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5.7%, -5.8%로 크게 떨어졌다. 서비스 부문은 금융 및 보험 서비스가 -1.5% 하락했지만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가 0.5% 상승하며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분야는 산업용 도시가스(-2.7%)와 증기(-1.1%) 하락의 영향으로 0.2% 내렸다. 이처럼 3월 생산자물가가 보합세를 유지한 배경에는 국제유가의 안정세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이문희 팀장은 “공산품 가운데 일부는 상승했지만, 석유류 제품의 하락 폭이 커 전체 지수는 보합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국내공급물가도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국내공급물가는 국내에 공급되는 수입산 포함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원재료 가격이 -1.0%로 하락했음에도 중간재(0.1%)와 최종재(0.3%) 가격 상승으로 전체 지수는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2.3% 상승했다.특히 원재료 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했지만, 중간재와 최종재의 경우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공급물가는 수입 시점이 아닌 통관 시점을 기준으로 가격을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며 “원유 가격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이 중간재와 최종재 단계에서 반영되면서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한편, 국내 생산품 전반의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공산품 가격이 0.2% 상승했지만,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0.2% 하락했다.종합적으로 보면, 3월 생산자물가는 국제 유가 안정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일부 식료품과 금속, IT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 그리고 환율의 영향으로 물가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특히 플래시메모리(6.1%)와 D램(전년동월대비 191.5%)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의 급등은 전반적인 물가 흐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생산자물가는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2월과 3월에는 보합세로 전환됐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생산자물가 흐름은 이러한 외부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유류세 인하 혜택 두 달 더... 휘발유 10%, 경유 15% 적용
정부가 이달 말인 4월 30일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6월 30일까지 추가로 2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연장 결정은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과 국내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며, 다만 그동안 적용해 온 인하 폭은 일부 조정된다.22일 기획재정부는 국제 유가 추이와 국내 물가 안정 노력, 그리고 정부 재정의 건전성 확보 필요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당초 유류세 인하 혜택을 완전히 종료하는 방안까지도 신중하게 검토했으나, 서민과 자영업자 등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갑작스럽게 가중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인하 폭을 일부 축소하는 선에서 연장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는 2021년 11월, 당시의 급격한 국제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연장되어 온 정책이다.이번 유류세율 조정에 따라 5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인하율은 휘발유의 경우 기존 15%의 인하율이 10%로 축소된다. 경유와 LPG 부탄의 인하율은 기존 23%에서 15%로 조정된다. 이는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리터당 가격 인하 효과가 휘발유는 122원, 경유는 133원, LPG 부탄은 47원이었던 것에서, 5월 1일 이후에는 휘발유 82원, 경유 87원, LPG 부탄 30원으로 변경됨을 의미한다. 즉, 유종별로 리터당 약 40원에서 46원가량의 세금 감면 폭이 줄어드는 것이다.기획재정부는 이번 유류세율 조정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관련 법령인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의 개정 절차에 착수한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한 후 다음 달 1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예정이다.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율 조정이라는 변화를 틈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매점매석 행위를 엄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고시를 신속히 시행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석유 제품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도하게 반출하는 행위 등을 명확히 금지한다. 또한 필요시 석유제품의 반출량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후속 조치도 마련한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소비자원 및 전국 각 시·도에서 오는 7월 31일까지 접수한다. 기획재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 ‘초저가 화장품 전쟁'..다이소·편의점 이어 이마트 참전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초저가 화장품’ 시장이 새로운 성장 축이자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 그리고 대형마트 1위 사업자인 이마트까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한 소비 트렌드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5000원 미만의 화장품을 앞세워 소비자 발길을 끌어오고 있다.이마트는 21일 LG생활건강과 손잡고 단독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은 스킨케어 5종, 스페셜케어 3종 등 총 8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콜라겐, 바쿠치올, 글루타치온 등 피부 탄력과 브라이트닝에 효과적인 성분을 담았다. 가격은 모두 4950원으로 동일하게 책정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해당 제품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자사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판매된다.이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이 2005년부터 운영해온 자연주의 브랜드 ‘비욘드’의 세컨드 브랜드로, 이마트와 LG생건이 함께 가성비 중심 소비자를 겨냥해 재편한 결과물이다. 이마트가 먼저 초저가 화장품 협업을 제안했으며, LG생건은 기존 비욘드 브랜드의 이미지와 유통 채널 친화성을 감안해 협업에 응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측은 “초저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 반응에 따라 향후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마트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 속에서 지난해부터 초저가 전략과 매장 리뉴얼 등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협업 역시 오프라인 유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화장품은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여성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대형 유통채널들이 주목하는 배경에는 다이소의 고공 성장세가 있다. 다이소는 수천 원대 가격으로 구성된 초저가 화장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다이소의 매출은 3조9689억 원, 영업이익은 37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7%, 41.8% 증가했다. ‘VT(리들샷)’, ‘손앤박(컬러밤)’, ‘태그(쉐딩, 쿠션)’ 등 인지도 있는 브랜드 제품이 입점하면서 품절 대란까지 이어졌다. 다이소의 뷰티 제품 매출 신장률은 144%에 달하며, 현재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만 60개, 제품 수는 500여 개를 넘는다.이 같은 흐름에 편의점 업계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기존에는 여행이나 긴급 상황에서 주로 구매되던 편의점 화장품이 이제는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를 앞세워 본격적인 소비 대상이 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화장품 매출이 46% 증가했으며, 3000원대 기초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무신사의 PB브랜드 ‘위찌’와 손잡고 색조 화장품 테스트 판매에 들어가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주요 점포에는 뷰티 특화 매대를 설치해 체험과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CU도 지난해부터 ‘엔젤루카’와 협업해 기초 화장품을 선보였고, 올해 들어 색조 라인까지 확장했다. 립틴트와 립글로스를 파우치형으로 출시해 휴대성과 실용성까지 고려했다. 가격은 모두 3000원으로 책정돼 초저가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이처럼 대형마트, 편의점, 생활용품점까지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기존에는 중소 뷰티 브랜드에 의존하던 저가 시장에 이제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품질과 신뢰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초저가 제품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시장이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양극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업계는 이제 가격과 품질, 유통 채널을 아우르는 초저가 화장품 경쟁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