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展 장벽 없는 예술, ACC에서 시작!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문화 향유의 장벽을 낮추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25 ACC 접근성 강화 주제전-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를 오는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ACC 복합전시6관에서 개최한다.ACC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무장애)'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예술의 한 장르로 승화시킨 혁신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예술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전시 제목은 김원영 작가의 저서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의 몸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영향을 받는 우리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다.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5팀이 참여하여 무장애, 참여, 상호작용 예술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신작과 대표작을 선보인다. 엄정순 작가는 시각장애 학생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코 없는 코끼리 no.2'를 통해 이주민들의 서사 속 차별, 혐오, 결핍 문제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 작품은 사회적 소외와 차별의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켜 관람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청각과 시각의 교차 감각을 탐구하는 신작 '궤도(토토포노로지 #4)'를 선보이며, 송예슬 작가는 비시각적 예술을 구현한 대표작 '보이지 않는 조각들: 공기조각'과 신작 '아슬아슬'을 통해 관람객들의 감각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 작품들은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예술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예술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아야 모모세는 이번 전시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신체적 거리감을 탐구하는 두 작품을 선보인다. 영상 작품 '소셜 댄스'는 수어를 음성 해설로 변환하여 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특히 최덕희, 구지원, 서수연 등 유명 성우들의 더빙 참여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관람객의 몰입을 돕는다. 퍼포먼스 '녹는점'은 예술가와 관람객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퍼포머가 관람객에게 자신의 체온과 동일한 온도의 물을 건네는 행위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직접적인 교감을 시도하며 예술을 통한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김원영, 손나예, 여혜진, 이지양, 하은빈 작가가 함께 선보이는 '안녕히 엉키기'는 단순한 전시 작품을 넘어, 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 2월 동명의 워크숍을 통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시 형태로 확장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러한 의미를 더욱 깊게 하고자,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광주 지역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워크숍을 추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워크숍을 통해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물리적, 정보적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어린이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감바, 촉지도, 촉각 타일을 비롯하여 쉬운 음성 해설, 점자책, 게임형 오디오 가이드, 어린이용 교구재 등이 제공된다. 또한, 현장에는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여 관람객들의 전시 이해를 돕고 편안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전시 개막일인 17일에는 ACC와 장문원이 전시 및 공연 콘텐츠 접근성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6월 말 종료 후,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서울 장문원 산하 '모두미술공간'에서 순회 전시로 이어질 계획이다.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단순한 접근성 향상을 넘어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장애 예술인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그들의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전시를 통해 ACC가 문화 향유의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ACC는 2022년부터 촉각 작품 제작, 수어 콘텐츠 확대 등 다양한 접근성 강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며, 다음 달 13일 광주광역시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력하여 첫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ACC의 지속적인 노력은 문화 향유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도시 광주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최초의 남자 모델' 박보검, 김태리·수지·김연아 뒤이어 한복 세계화 대열 합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류스타 박보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복웨이브' 사업 최초의 남성 모델로 선정되어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는 지금까지 여성 스타들만이 담당해왔던 한복 홍보 사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15일 공식 발표를 통해 "박보검이 '2025 한복웨이브' 사업의 한류 문화예술인으로 선정되었으며, 국내 우수 한복 브랜드 4곳과 협업하여 한복의 품격과 기품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한복웨이브'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표적인 한복 세계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한류 예술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복의 매력을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알리고, 동시에 국내 유망 한복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에는 배우 김태리가 모델로 활약했으며, 2023년에는 배우 수지, 2022년에는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가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이번 사업에 참여할 한복 브랜드 선정을 위한 공모는 4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된다. 한복 분야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창의성, 전문성, 실현 가능성, 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최종 4개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업체들은 박보검의 이미지와 상징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한복 디자인을 개발하게 된다.개발된 한복 디자인은 단순히 국내에서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해 뉴욕, 파리, 밀라노 등 세계 주요 패션 도시의 전광판과 유명 패션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복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된 디자인을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박보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구르미 그린 달빛', '청춘기록'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스타로,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의 단정하고 품위 있는 이미지는 한복의 기품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최적의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박보검은 국내외에서 폭넓은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로, 그의 참여로 한복의 세계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첫 남성 모델로서 한복의 다양한 매력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한복웨이브 사업 참여에 관심 있는 한복 브랜드는 문화체육관광부(http://www.mcst.go.kr)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http://www.kcdf.or.kr) 공식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공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종묘에서 즐기는 7일간의 시간여행
조선시대 왕실 여성의 삶과 국가의례를 재조명하는 ‘2025년 종묘 묘현례’ 행사가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7일간 서울 종로구 종묘 일원에서 열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조선 왕실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시민들이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묘현례(廟見禮)’는 조선시대 혼례를 마친 왕비나 세자빈이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에 인사를 드리는 의식으로, 국가의례 중 유일하게 여성이 종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예식이다. 종묘가 왕실의 정신적 중심지였던 만큼, 이 의식은 왕실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예 ceremonial 로 평가된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창작 뮤지컬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살아 숨 쉬는 유산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기획됐다.행사의 중심 프로그램은 창작 뮤지컬 ‘묘현, 왕후의 기록’이다. 1703년 숙종의 세 번째 왕비였던 인원왕후의 묘현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역사적 고증을 기반으로 당시 의례의 정황과 인물들의 내면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특히 인원왕후와 그의 부친 김주신의 애틋한 부녀 관계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공연은 4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하루 두 차례(오후 1시, 4시) 영녕전에서 진행되며, 회당 350명씩 총 700명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은 무료이며, 온라인 사전 예매 200명과 현장 접수 150명을 통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향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조선 왕실의 향, 부용향 만들기’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 체험은 종묘 정전의 악공청에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조선 왕실 의례에 사용됐던 부용향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악공청은 과거 제례 시 악공과 무용수들이 대기하던 장소로, 전통의 공간에서 왕실 문화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체험은 행사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설 운영되며, 온라인 사전 예매(175명)와 현장 접수(105명)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또한 영녕전 악공청에서는 ‘세자·세자빈이 되어 사진 찍기’ 체험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대례복 등 전통 복식을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선착순 200명에게는 즉석 인화된 사진이 제공된다. 이 체험 역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시 운영되며, 현장 접수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동일 행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큰 관심을 보인 바 있어, 이번 행사에서도 국내외 관람객들의 높은 참여가 기대된다.‘묘현, 왕후의 기록’과 ‘부용향 만들기’ 체험의 사전 예매는 4월 15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사전 신청이 어려운 경우에도 현장에서 접수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종묘 묘현례 행사는 조선시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 나아가 전통 국가의례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및 국가유산진흥원 홈페이지 또는 궁능 활용 프로그램 전화상담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너무 리얼해 소름~' 론 뮤익 전시, "서울을 사로잡다"
현대 조각의 세계적 거장 론 뮤익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11일 개막됐다. 이 전시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며, 30여 년간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해온 론 뮤익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론 뮤익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조각 작품을 통해 현대 조각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며, 인간의 존재와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주요 작품 10점을 포함해, 스튜디오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을 포함한 총 24점을 소개하고 있다.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 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각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작품은 놀라운 정교함과 사실감을 바탕으로, 인간의 취약함, 불안감, 외로움 등의 내면적인 감정을 형상화하며, 현대인의 존재론적 성찰을 담아낸다.전시의 시작은 관람객을 맞이하는 거대한 자화상 '마스크'(2002)로, 작가의 실제 크기보다 약 4배 정도 더 큰 크기로 제작되어 세밀한 주름과 털 하나하나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뒤에서 보면 텅 비어 있는 가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상징한다. 또한 그의 초기 작품인 '유령'(1998·2004)과 '나뭇가지를 든 여인'(2009), '젊은 연인'(2013), '쇼핑하는 여인'(2013) 등도 전시된다. '치킨/맨'(2019)은 암탉과 중년 남성이 마주하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구도로, 인간 관계에서의 팽팽한 감정을 드러낸다.그 중에서도 '침대에서'(2005)는 가로 6.5m, 세로 4m에 달하는 대형 작품으로, 침대에 누운 거대한 인물의 정교한 형태는 단순한 조각을 넘어서, 그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관람객에게 깊은 몰입을 선사하며, 조각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5전시실의 마지막에 설치된 대작 '매스'(2016~2017)다. 이 작품은 작가가 파리의 지하 묘지인 카타콤을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경험을 재현한 것으로, 거대한 해골들이 14m 높이의 천장까지 쌓여 있으며, 이는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자연재해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오늘날의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매스'는 관람객에게 강력한 시각적 충격을 주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성찰하게 만든다.6전시실에서는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작업실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 두 편을 통해 론 뮤익의 창작 과정과 예술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내면과 예술적 철학을 엿보게 해주며, 관객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의 고뇌와 고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론 뮤익의 작품이 "실제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하며, "그의 작품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 간의 과정으로 완성된다. 이는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고 덧붙였다.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현대 조각 거장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경험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론 뮤익의 조각 세계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현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과 6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연계 교육 프로그램인 '인생극장', '인생질문', '인생서점'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 숨겨왔던 흥을 깨워봐! '다시 그리는 노래' 듣고 덩실덩실 춤춰보자
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잊혀진 민요의 아름다운 선율이 다시금 울려 퍼졌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 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의 리허설 현장이었다. 이번 공연은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애창되었지만, 현재는 잊혀진 26곡의 민요를 엄선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특별한 무대다.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유지숙 예술감독은 "오랜 시간 묻혀 있던 진주를 발견한 듯한 기분으로 민요를 다듬었다"며, "각 지역 민요가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공연에는 민속악단 50여 명이 출연, 경기, 서도, 남도, 강원도 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소리를 선보인다. 1막은 경기 소리로, 떠나간 이를 애도하는 '회심곡', '선산애원성' 등이 무대를 채운다. 2막은 서도 소리로 꾸며져 아이를 재우는 '둥개타령', 가야금 연주와 함께하는 '청류원' 등을 감상할 수 있다.3막은 남도 소리의 화려한 향연이 펼쳐진다. '화전가', '매화가', '도화가' 등 아름다운 꽃을 노래하는 곡들이 봄기운을 가득 불어넣는다. 4막에서는 경기와 서도 민요가 어우러져 흥겨움을 더한다. 꽹과리, 북, 장구 등 사물놀이 연주에 맞춰 '인천 장타령', '강원 장타령' 등을 부르며 관객과 함께 흥을 돋울 예정이다.특히, '다시 그리는 노래'는 '발탈'을 활용한 재담꾼을 등장시켜 극의 흐름을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독특한 연출을 선보인다. 재담꾼 역할을 맡은 정준태 씨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입담으로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김태욱 연출은 "재담꾼을 통해 해학적인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민초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다"며, "무대 또한 백성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마당놀이처럼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무대 위 스크린에는 '꽃', '달' 등 각 공연에 어울리는 영상을 상영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하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유 감독은 "음악성과 예술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으며, 관객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김 연출은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삶이 담긴 민속음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다시 그리는 노래'는 잊혀진 우리의 소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4월 10일과 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날 수 있다.
-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극강의 몰입감 선사해
이자람이 5년 만에 새로운 판소리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초연된 ‘눈, 눈, 눈’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하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프랑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이 소설을 접한 이자람은 이를 판소리 형식으로 재창작했다. 원작의 배경과 인물은 그대로 유지하되,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감성을 담아 현대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879년 연말, 러시아의 한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상인 바실리가 자식에게 물려줄 땅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서면서 전개된다. 그는 충직한 일꾼 니키타와 종마 제티와 함께 고랴츠키노 숲을 향해 떠난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이들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여정이지만, 이자람의 연기와 소리, 그리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단순한 이야기가 강렬한 서사로 변모한다. 이자람은 무대 위에서 바실리, 그의 아내 아나스타샤, 일꾼 니키타를 오가며 1인 다역을 펼쳤다.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몸짓과 표정을 활용하며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말(馬)인 제티까지도 직접 연기했다. 제티가 니키타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며 장난치는 모습이나, 눈보라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히잉" 하고 우는 소리는 관객들에게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자람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보라 휘몰아치는 러시아의 설원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무대 연출 또한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무대 위에는 화려한 장치나 배경이 없었지만, 배우의 연기와 관객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며 장면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특히 관객들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자람은 눈보라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함께 숨을 내쉬며 바람 소리를 내도록 유도했고, 이는 실제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를 느끼게 하는 효과를 냈다. 빛과 그림자, 조명 효과도 극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공연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북소리였다. 고수 이준형의 북은 이자람의 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바실리가 길을 떠날 때는 북소리가 부드럽게 흐르다가, 길을 잃고 헤맬 때는 강렬하게 울려 퍼지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자람은 극의 분위기에 따라 노래의 리듬을 조절했다. "한참 간다"고 부를 때는 길게 한 음절씩 뽑아내고, "멈춘다"고 할 때는 짧게 끊어 부르는 방식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판소리 특유의 서사적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비록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판소리의 해학적 요소도 곳곳에 배어 있었다. 술을 마시면 괴물이 되는 니키타가 술의 유혹을 이겨내려 애쓰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니키타가 바실리에게 조심스럽게 술을 달라고 하면서도 스스로를 자제하는 모습은 전통 판소리의 익살스러운 표현 기법과 맞물려 더욱 흥미롭게 전달됐다. 이처럼 이자람은 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한국적 감성과 유머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작품을 완전히 새로운 색깔로 탈바꿈시켰다. 이자람은 ‘눈, 눈, 눈’을 통해 판소리의 본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린 ‘작가의 글’에서 “창작을 합니다만 전통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제가 판소리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이야기를 판소리 형식으로 풀어내면서도, 전통 판소리의 본질을 지키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기존 판소리 공연들이 주로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창작에 집중했다면, ‘눈, 눈, 눈’은 외국 문학을 통해 판소리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자람의 도전은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단순한 무대였지만 머릿속에서는 러시아 설원의 광활한 풍경이 그려졌다”며 “판소리의 힘이 이렇게까지 강렬할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관객은 “한 명의 배우와 한 명의 고수가 만들어내는 소리만으로 이토록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눈, 눈, 눈’은 단순히 판소리 공연을 넘어, 판소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통 판소리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 문학을 무대로 삼아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판소리가 특정 시대나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와 결합하며 계속해서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이어진다.
- 리우 카니발이 한국에? 국립민속박물관, 싹 바뀐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 세계 생활문화 자료 수집을 확대하며,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여러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박물관은 내년 중 세계 민속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상설 1관에서 진행 중인 K-컬처 전시를 개편해 세계인의 삶과 문화를 조명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장 관장은 "우리 민속 문화를 이해하는 동시에 세계 문화를 향한 한국인의 관심을 반영하는 전시를 마련할 것"이라며 세부 주제에 대해서는 "비밀이지만, 인류 보편적 감성을 핵심 주제로 삼겠다"고 전했다.전시 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해외 자료 수집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박물관이 보유한 소장품은 총 17만5,236점이며, 이 중 9.1%에 해당하는 1만5,860점이 해외 자료다. 박물관은 최근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축제를 현장에서 조사하며 관련 생활문화 자료를 수집했다. 이와 함께 인도, 네팔 등의 가면극 문화를 연구하고,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조사하는 등 다양한 문화권의 민속 자료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장 관장은 "박물관이 한국인에게는 세계 문화를, 외국인에게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세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준비된다. 5월 4~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세계로 가는 놀이기차' 행사가 열리며, 주한 외국 문화원 및 대사관 13곳이 참여해 각국의 전통 놀이 문화를 선보인다. 한국 전통 놀이인 딱지치기와 공기놀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페루 등의 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한편, 민속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특별전도 예정돼 있다. 5월에는 '사진관'과 '기념'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개최되며, 11월부터는 '출산'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전시가 진행된다. 이건욱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이번 사진관 특별전은 기존의 피사체 중심이 아닌, 촬영하는 사람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 준비도 본격화됐다. 박물관은 2031년 세종으로 이전할 예정이며, 올해 기본 설계를 마친 뒤 2027년 착공에 들어간다. 새로운 박물관은 국립박물관단지 2구역에 조성되며, 이전 후에도 현재 경복궁 내 박물관 건물의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장 관장은 "현재 박물관이 대한민국 정부가 세운 최초의 국립박물관 건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이전 후 활용 방안을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작년 한 해 동안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은 총 144만3,420명으로, 이 중 내국인은 77만7,476명, 외국인은 66만5,944명이었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 수는 2023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하며,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인에게도 중요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 '연인은 바뀌어도 엄마는 영원하다'는 퀴어 소설가
문학동네소설상 30회 수상작 '어둠 뚫기'의 작가 박선우의 소설은 성소수자(게이)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퀴어 소설로 분류되지만, 기존 퀴어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은폐되어 왔던 성소수자들은 최근 들어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더 자주 등장하며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박 작가의 소설 속 성소수자는 기존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주인공은 밤새 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이나 '여자 사람 친구'와의 과장된 우정을 보여주지 않는다."외모를 치장하는 일에 집중하지도, 매번 새로운 남자와 사랑을 하지도 않아요. 그저 일상에 천착해 살아가는 게이도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었죠."박 작가의 주인공은 책을 편집하는 평범한 노동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며, 독자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접근은 성소수자를 특정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어둠 뚫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인공이 남성에 대해 가지는 복잡한 감정이다. 소설 속에서 남성은 연애 대상인 동시에, 사회에서 주인공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군대 선·후임이자 또래 집단이며,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로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박 작가는 "게이를 하나의 모습으로 정형화시키지 못하도록 평범하면서도 다면적으로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한다.이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다. 작가는 집요하게 주인공의 곁에 어머니를 배치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우울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이를 부정하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꺼내는 패턴이 반복된다."엄마는 가장 밀접한 관계의 타인이에요. 연인은 대체가 돼도 엄마는 영원히 대체할 수 없는 존재죠. 엄마가 학교나 직장에서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게이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박 작가의 이런 접근법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단순히 '퀴어'라는 정체성으로만 규정짓지 않고, 가족 관계, 직업, 일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계에서 퀴어 서사가 보다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등단 8년 차,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박 작가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의외로 담담한 대답을 내놓았다."예순, 일흔이 돼서도 계속 쓰는 게이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 제게 그런 선생님이 계시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때 혹시 궁금한 게 있는 젊은 소설가가 있다면 제가 답해주고 싶어요."이 한 마디에는 한국 문학계에서 성소수자 작가로서의 롤모델이 부재한 현실과, 그 자신이 미래 세대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있다. 박선우의 '어둠 뚫기'는 단순한 퀴어 소설을 넘어, 한국 사회와 문학계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더 다양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봉준호 '미키 17', 흥행 삐끗! 극장서 한 달 만에 스트리밍으로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미키 17'이 극장 개봉 한 달 만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하며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 최대 1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된다.6일(현지시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미키 17'을 7일부터 공개한다고 밝혔다. 애플TV, 판당고 등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극장 상영 종료를 의미한다.'미키 17'은 지난달 7일 북미 3807개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한 달 동안 북미 4468만 달러, 북미 외 지역 7770만 달러, 총 1억 2238만 달러(약 1789억 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수 299만 명, 매출액 약 296억 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문제는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다. '미키 17'의 순 제작비는 1억 180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달하며, 워너브러더스는 마케팅에 추가로 8000만 달러(약 1169억 원)를 투입했다. 극장 수익 배분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은 약 3억 달러(약 4385억 원)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최종 흥행 수입을 1억 4300만 달러(약 2090억 원)로 예상하며, 최대 8000만 달러(약 1169억 원)의 손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추세로는 예상치를 넘어서기 어려워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최근 영화계는 극장 수익만으로 흑자를 내기 어려워 스트리밍 판매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트리밍 계약 금액은 극장 흥행 성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미키 17'의 적자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미키 17'은 개봉 초기 시네마스코어에서 B등급을 받았고, 로튼토마토에서도 평론가 77점, 관객 73점에 그치는 등 봉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이후 5년 만의 신작,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 주연 등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워너브러더스의 야심찬 투자도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향후 봉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소리의 성지' 파주 ‘콩치노 콩크리트’..레전드 스피커로 감성 충전
최고의 음악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악기는 공연장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보스턴심포니홀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베를린 필하모니를, 구스타프 말러는 빈 무지크페라인을 자신의 악기로 여겼다. 이들은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에서 연주하며 음악의 깊이를 더했다. 이제는 거장들의 생생한 연주를 들을 수 없지만, 아날로그 음향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공간이 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파주의 ‘콩치노 콩크리트’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24m 높이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빈티지 스피커 전용 공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한쪽 벽을 차지한 두 대의 대형 스피커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나는 1930년대 미국 웨스턴일렉트릭의 ‘M2’, 다른 하나는 독일 클랑필름의 ‘유로노 주니어’다. 두 스피커 모두 20세기 초 극장과 공연장에서 사용되던 최고급 스피커로, 이곳에서는 클래식과 재즈를 번갈아 가며 들려준다. 선곡은 특정한 기준 없이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날 오후에는 1978년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녹음한 그리그의 ‘페르 귄트’가 공간을 채웠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치과의사 오정수 원장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세종문화회관과 용산전자상가를 드나들며 고급 오디오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1980년대 후반, 막노동을 하며 모은 500만 원으로 영국 로저스의 스피커 ‘LS3/5A’를 중고로 구입하며 본격적인 컬렉션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 변두리의 작은 주택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었지만, 중고 스피커는 전원을 켜자마자 고장 나버렸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는 대신 더 좋은 스피커의 소리를 듣겠다는 열망을 키웠다.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도 접해봤지만, 결국 따뜻하고 편안한 소리를 내는 빈티지 스피커가 더 큰 매력을 느끼게 했다. 현재 콩치노 콩크리트의 중심이 된 두 대의 스피커를 들여온 것은 20여 년 전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가 유로노 주니어를 한 달간 압류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해 많은 극장이 파괴되면서, 이 같은 스피커의 수량이 급감했고 독일에서는 이를 문화재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오 원장은 이 스피커를 여럿과 함께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40년 넘게 모아온 LP 앨범 1만여 장과 함께 콩치노 콩크리트가 탄생했다. 그는 “20세기 중반 제작된 음반들은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던 공간의 규모에 맞춰 녹음된 것이라 넓은 공간에서 감상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설계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디자인한 민현준 홍익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음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층과 3층을 터서 층고를 9m까지 확보했다. 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퍼지면서도 흩어지지 않는 최적의 높이로 설계된 것이다. 콘크리트 내벽 일부에는 불에 태운 송판을 붙였다가 떼어내 음각 무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난반사를 유도하여 소리가 공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창틀 역시 일반적인 알루미늄 대신 묵직한 주철을 사용해 소리의 진동감을 잡았다. 통창을 통해 임진강의 풍경을 담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오 원장은 “음악은 자연 속에서 들을 때 더 큰 감동을 준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커플부터 브람스를 좋아하는 노신사까지, 각기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주 객석, 창가, 홀 중앙 등 위치에 따라 소리의 울림이 다르게 들리기 때문에 반복해서 방문하는 단골도 많다. 오 원장이 이곳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들었던 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다. 20세기 독일의 지휘 거장 푸르트뱅글러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1943년 녹음한 버전으로, 콩치노 콩크리트에서는 당대의 앰프를 사용해 원음에 가깝게 재현한다. 입장료는 2만 원이며, 수·목요일은 휴무다. 주말에는 오 원장이 직접 DJ로 나서 선곡을 맡는다. 최근에는 웨스턴일렉트릭 스피커에 마이크를 연결해 소프라노 김희정과 피아노 3중주 공연을 진행하는 실험적인 시도도 선보였다. 그러나 이곳에는 카페가 없다. 그는 “여기는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역사가 된 음악을 듣고, 음(音)의 세계를 인식하는 공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공간의 본질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한마디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단순히 오래된 스피커를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거장들이 연주했던 시대의 소리를 복원하고, 현대에서도 그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음악 감상의 성지다. 거대한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향을 따라가다 보면, 100년 전 거장들의 연주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콩치노 콩크리트는 단순한 청음실이 아니라 하나의 성소와 같다.